한윤조 기자 hanyunj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4-07-28 11:37:45 수정 2024-07-29 12:16:55
"문화 메세나, 기업이 계속되는 한 중단하지 않을 것"
"내년이면 기업 창업 80년입니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는 바르게 기업을 운영하는데 중점을 뒀고, 문화 메세나 사업과 장학사업도 그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기업이 존속하는 한 동일의 문화장학사업은 계속될 겁니다."
어렵게 인터뷰를 잡고 만난 오순택 (재)동일문화장학재단 이사장은 "당연한 일을 하는데 굳이 언론의 조명을 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동일이 철강 사업에 기반을 두다보니 소비자들을 상대로 직접 홍보가 필요한 사업도 아니라서 그저 문화장학재단을 탄탄히 운영하는데만 집중해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동일문화장학재단은 110억원의 기금을 통한 이자수익금에다, 오 이사장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동일산업의 주식 2만주를 바탕으로 한 배당금을 더해 매년 사업비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약 4억5천만원을 집행한다. 재단의 역사나 집행 규모에 있어 굴지의 대기업 못지 않은 최고의 문화장학재단이라는 평가다.
㈜동일산업 대표이사도 맡고 있는 오 이사장이 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한 것은 1988년으로 거들러 올라간다. 선친이 35세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기업을 물려받게 된 그는 아버지와 친분이 깊던 주변 어른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다른 어떤 기업보다 먼저 장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오 이사장은 "워낙 식견이 깊은 어른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다보니 한발 앞서 사회환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재단 설립 당시부터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예 이름부터 '문화장학재단'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오 이사장에게도 뜻깊은 해이다. 그가 13년 전인 2012년부터 후원을 시작한 대구국제성악콩쿠르가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orld Federation of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s, 약칭 WFIMC)에 가입 승인을 득했기 때문이다.
오 이사장은 "소식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했다"면서 "대구음악협회와 인연이 될 수 있도록 해 준 성악가 최덕술 선생님부터, 전임 이치우 음악협회장과 현 방성택 음악협회장, 그리고 하석배 계명대 음악학과장 등 지역 성악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마치 자기 일처럼 애써 준 덕분"이라고 자랑을 늘어놨다. WFIMC 가입 승인까지의 일화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일일이 늘어놓는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사실 대구국제성악콩쿠르는 지난해가 가장 큰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역경을 넘어서 올해 WFIMC 가입 승인이 있을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준 것이 바로 오 이사장이었다. 재정적인 위기 상황에서 대구국제성악콩쿠르의 가능성을 믿고 더 많은 후원금을 지원했기에 대구국제성악콩쿠르가 명맥이 끊기지 않고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장해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 이사장이 지원한 것은 단순히 돈 만이 아니다. 평소 다양한 장르의 문화생활을 두루 즐기는 그는 콩쿠르가 있을 때면 지인들까지 초청해 반드시 본선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비를 털어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자들에게까지 식사를 대접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애정을 쏟는 것까지가 그가 하는 역할이고 사업에는 일절 관연하지 않는다. 오 이사장은 "예술계는 외부 잡음이 상당하는 걸 잘 날고 있다"면서 "성악콩쿠르를 후원할 때부터 지켜온 철칙이 공동주관 타이틀을 갖긴 하지만 절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학술연구활동 지원에서부터 초·중·고·대학생 장학금 지원, 연극과 미술 등 다양한 문화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 이사장은 "기업이 성장하면 반드시 지역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내실있는 재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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